복귀의 순서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입었던 얄찍한 티셔츠 안으로 스며들던 바람은 훈기를 듬뿍 먹은 찝찝한 바람이었다.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지금, 바람은 더없이 촉촉하다. 팔 전체를 감싸는 옷을 입고, 대낮 살짝 따가운 햇살 때문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면 노동자의 헌신을 묘사하는 글귀처럼 촉촉한 바람이 사락 불어와 언제 땀을 흘렸냐는 듯 증거를 없애버린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한달 사이에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돌아갔지만, 내 기대만큼 변하진 않았다. 내가 세상에 순응하고, 그러면서 깎아내고 쳐낸 내 맘의 군더더기들을 위로키 위해 선택했던 기타를 가장 먼저 집어들었고, 헤드폰 한구석에서 들리는 기타 소리에 작은 기대도 하게 된다.

그러나 빠르다는 것은 쓸데없는 공포를 동반한다. 당장이라도 가로수에 처박아버릴 것만 같은 느낌, 과녁판에 가서 머리를 부딪히며 내가 여기 와서 너를 정복했노라 소리쳐야 할 것 같은 느낌, 고막이 아파오고 시야가 흐려지면서도 언제 저 바다 속 물의 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느낌... 이런 공포에도 1분 빠른 소식에 집착하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클릭질에 다시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복귀의 순서는 위로를 받고 공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입소전에 생각하던 '죄책감'이란 화두는 아직 유효하다.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죄에 떨고 벌에 아연실색한다. 죄책감은 '인간'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공포에 익숙해지는 것은 양심을 피로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악취가 풍기는 화장실에서도 몇분이 지나면 그 냄새에 익숙해지듯, 양심 역시 역치를 넘어서서 피로에 다다르고 결국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꿈 속에서 좁은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선을 넘어오는 모든 것들을 쳐내겠다 다짐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든 것이 이제 종이 위에,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씌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by miininglis | 2008/10/06 16:09 | 트랙백 | 덧글(0)

복귀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다.

중간에 감기에 걸려서 기침 때문에 잠을 좀 설치긴 했지만, 한치의 열외도 없이 모든 훈련을 제대로 마치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사격이 제일 쉬웠고, 야간행군이 제일 재미있었다.

제일 어려웠던건 환복....씨...바...

이거이거 준비해가면 좋다... 고 하는 것 중에서는 용각산..이 최고였다. 갈 때 감기약 하나, 깔창하나 들고 갔는데,
깔창은 없어도 괜찮았고, 감기약은 의무실 약이 약발이 더 좋았다는. 무릎, 팔꿈치보호대는 없어도 각개전투때 까진데 하나 없이
무사히 복귀했다.

주말 전화조치..에 낚여서 야외쓰레기(중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보직을 자원했는데,
최악이었다. 완전 노예..-_-;;;;;; 오늘 아침에도 하고 왔다.

간만에 와서 기타를 잡았는데, 어색하다. 기타가 영 손에 안 익는다. 음악을 좀 들어야겠다.

정말 웃겼던 것은 일요일 종교활동이었는데,
종교활동가서 멍하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효리의 유고걸과 카라의 제목모르는 노래 하나는 다 외우겠다-_-;;
약국에서 감기약 사들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무의식중에 팔꿈치를 펴고 걷는 나를 보면서
언능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by miininglis | 2008/10/02 16:07 | 트랙백 | 덧글(12)

실감나네

이제야 실감난다. 내일 가네 ㅋ 머리를 깎았다

by miininglis | 2008/09/03 19:32 | 트랙백 | 덧글(3)

Cause we've ended as lovers



야드버즈가 배출한 걸출한 기타리스트 둘의 협연. 이렇게 둘이 하는 건 처음 봤다.
jeff beck 앨범을 들어보면, 그 옛날에 낸 앨범에서도 사운드 실험을 참 열심히 하는 걸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톤 조절은 개인적으론 그닥 마음에 안들지만..-_-;


by miininglis | 2008/09/03 02:22 | 트랙백 | 덧글(0)

4주훈련 입소예정

4주 훈련 입소 9월 4일 예정.

스트레스가 참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냥저냥 순응중이다.

내 시간을 타인에 의해 규제당한다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든데, (더군다나 음악을 못듣는거...!! 기타를 못치는거...!!)

머리속을 샤샥 비우고 나니 뭐 속편하다. 눈질끈감고 후닥닥 갔다온다...

사실 몇가지 궁금한 것이 있기도 하다. 뭐 이건 궁금증을 풀고나서..

여하간 뭔가 자세하게 쓰고픈데, 요즘 아고라도 검열당하는데 이거도 괜히 국방부에 검열당해서

괜한 고생은 안하고 싶다는.. ㅋㅋ

by miininglis | 2008/09/01 17:21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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