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6일
복귀의 순서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입었던 얄찍한 티셔츠 안으로 스며들던 바람은 훈기를 듬뿍 먹은 찝찝한 바람이었다.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지금, 바람은 더없이 촉촉하다. 팔 전체를 감싸는 옷을 입고, 대낮 살짝 따가운 햇살 때문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면 노동자의 헌신을 묘사하는 글귀처럼 촉촉한 바람이 사락 불어와 언제 땀을 흘렸냐는 듯 증거를 없애버린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한달 사이에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돌아갔지만, 내 기대만큼 변하진 않았다. 내가 세상에 순응하고, 그러면서 깎아내고 쳐낸 내 맘의 군더더기들을 위로키 위해 선택했던 기타를 가장 먼저 집어들었고, 헤드폰 한구석에서 들리는 기타 소리에 작은 기대도 하게 된다.
그러나 빠르다는 것은 쓸데없는 공포를 동반한다. 당장이라도 가로수에 처박아버릴 것만 같은 느낌, 과녁판에 가서 머리를 부딪히며 내가 여기 와서 너를 정복했노라 소리쳐야 할 것 같은 느낌, 고막이 아파오고 시야가 흐려지면서도 언제 저 바다 속 물의 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느낌... 이런 공포에도 1분 빠른 소식에 집착하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클릭질에 다시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복귀의 순서는 위로를 받고 공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입소전에 생각하던 '죄책감'이란 화두는 아직 유효하다.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죄에 떨고 벌에 아연실색한다. 죄책감은 '인간'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공포에 익숙해지는 것은 양심을 피로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악취가 풍기는 화장실에서도 몇분이 지나면 그 냄새에 익숙해지듯, 양심 역시 역치를 넘어서서 피로에 다다르고 결국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꿈 속에서 좁은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선을 넘어오는 모든 것들을 쳐내겠다 다짐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든 것이 이제 종이 위에,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씌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달 사이에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돌아갔지만, 내 기대만큼 변하진 않았다. 내가 세상에 순응하고, 그러면서 깎아내고 쳐낸 내 맘의 군더더기들을 위로키 위해 선택했던 기타를 가장 먼저 집어들었고, 헤드폰 한구석에서 들리는 기타 소리에 작은 기대도 하게 된다.
그러나 빠르다는 것은 쓸데없는 공포를 동반한다. 당장이라도 가로수에 처박아버릴 것만 같은 느낌, 과녁판에 가서 머리를 부딪히며 내가 여기 와서 너를 정복했노라 소리쳐야 할 것 같은 느낌, 고막이 아파오고 시야가 흐려지면서도 언제 저 바다 속 물의 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느낌... 이런 공포에도 1분 빠른 소식에 집착하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클릭질에 다시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복귀의 순서는 위로를 받고 공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입소전에 생각하던 '죄책감'이란 화두는 아직 유효하다.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죄에 떨고 벌에 아연실색한다. 죄책감은 '인간'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공포에 익숙해지는 것은 양심을 피로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악취가 풍기는 화장실에서도 몇분이 지나면 그 냄새에 익숙해지듯, 양심 역시 역치를 넘어서서 피로에 다다르고 결국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꿈 속에서 좁은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선을 넘어오는 모든 것들을 쳐내겠다 다짐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든 것이 이제 종이 위에,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씌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 by | 2008/10/06 16:09 | 트랙백 | 덧글(0)


